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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살기

캐나다에서 직장인으로 살기란..

by _해봄 2023. 2. 21.

캐나다에 온 지 이제 곧 만 4년이 되어간다. 맨 처음엔 5년을 계획하고 여기에 왔고, 그 시간 동안 영주권을 받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각오하고 왔는데, 막상 그 시간도 다가오고 실제로 영주권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그저 갑갑한 마음뿐이다. 

 

그 와중에 나는 또다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캐나다에도 분 레이오프 바람과 영주권도 받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이직이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지금 직장에 그대로 있는다면 한국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솔직히 말하면 사실 한국에서 보다 삶의 질은 더 떨어졌다..) 영주권이고 뭐고 기회가 되는대로 도전을 하려고 다시금 마음을 먹은 거다.

 

몇 주 전부터 퇴근 후 조금씩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최근 이직하고 싶은 곳에 공고가 떴기 때문이었다. 허접한 포트폴리오지만 안내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정말 허겁지겁 만들었다. 진짜 얼마나 허겁지겁이었던지 서류제출마저도 마감 딱 1분 전에 끝냈다. 조건이 좋은 곳이라 경쟁률도 높고, 내 포트폴리오로는 안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그냥 냈다는데 의의를 둔다. 

 

이렇게 이직 준비를 반복할수록, 캐나다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나마 지금 풀타임으로 일은 하고 있으니 입술에 풀칠은 하지만 비전은 보이지 않고, 그러니 이 회사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야겠는데 그럼 그와 관련된 공부도 따로 해야 하고, 이놈의 영어도 발목을 잡는다. 나이가 드니 체력도 떨어져 운동도 해야 한다. 요즘은 이런저런 해야 할 것들을 떠올리면 과호흡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영어를 잘했더라면. 영어만이라도 잘했더라면. 영어에 자신감이라도 있었더라면.

여기 캐나다에 살기로 한 이상 평생 안고 갈 숙제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생각이다. 

 

혹시라도 캐나다에 와서 직장을 잡고 살아가는 꿈을 꾸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영어공부를 죽어라 하고 오시길 바란다. 영어 자신감을 잔뜩 메고 와도 눈물이 난단다(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고 영어를 진짜 잘하는 언니의 이야기다.. 그리 잘해도 눈물이 난단다.). 심지어 나는 직장에서 영어를 3마디도 안 하는 날도 있는데, 그런데도 가끔씩 눈물이 난다. 

 

캐나다에서 직장인으로 살아남기란 실력이나 경력은 기본이고, 역시 영어로 시작해 영어로 끝난다.

 

오늘 잠들기 전에 영어책이나 조금 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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