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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살기

이 지겹고 추운 캘거리의 겨울을 어쩌면 좋을까

by _해봄 2022. 12. 21.
캘거리 겨울 체감 온도
캘거리는 지금 체감온도가 영하 39도 :)

이번 겨울은 내가 캘거리에 와 네 번째 맞는 겨울이다.

처음도 아니고 네 번이나 됐으면 적당히 적응할 때도 되었건만, 요즘처럼 이렇게 추운 날이 닥치면 적응을 할래야 할 수 없다. 지난여름, 이상기온으로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거라고 라디오에서 계속 떠드는 걸 들으면서 ‘에이 뭐 별거 있겠어’ 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거기다 뚜벅이로 다니는 나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다. 회사에 도착한 나를 보며 "어떻게 온 거냐"라고 묻지 않는 사람이 없고, "어떻게 돌아갈 거냐"라고 묻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 걱정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이 도시에서 운전을 못하는 사람, 차가 없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이렇게 슬픈 일이구나 싶었다. 내 앞가림을 못하는 사람 같이 느껴진달까. (앞가림 못하는 거 맞긴 한 것 같다.. 더 슬프네.)

내가 캘거리로 이주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물론 세금이 적고 어쩌고 그런 말들을 인터넷에서 보긴 했는데, 여기의 삶에 대해선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그래도 큰 도시에 속한다길래 그런 줄 알았지. 도시라고 하면 어딜 가든 크게 다르지 않잖아? 일단 영주권만 얼른 따서 토론토로 가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캘거리로 왔다.

반년 뒤면 캘거리에 도착한 지 4년이 된다. 지금도 나는 영주권이 없고 심지어 아직 영주권 프로세스에도 들어가지 못했으며, 직장은 있으나 그리 잘 벌지는 못해 항상 이직을 생각한다. 캐나다에서 4년 가까이 살았지만 영어도 잘하지 못해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언어도 자신감도 부족하니 친구 사기귀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고, 한국에서 혼자 즐기던 일들도 여기에선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 같이 추운 날이면 내 몇 안 되는 낙인 산책은 꿈도 못 꾸고, 출퇴근하면서 추위로 병이 나진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도 다음 주에는 시눅이 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다니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곧 다시 추워질 텐데 1월은 얼마나 더 추울까. 2월엔 날씨가 좀 괜찮을까? 푸른 잎이 나는 봄은 느끼려면 5월 말이나 돼야 하는데.. 정말 이 지겹고 추운 캘거리의 겨울은 어쩌면 좋을까. 나도 어쩌면 좋을까. 영주권도 따고, 이직도 해서 날씨가 좀 더 좋은 도시로 이사 가야지. 진짜 이사 가야지.

겨울과 눈이 지겨워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는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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