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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리뷰

영화 정이(Jung_E) 리뷰

by _해봄 2023. 1. 24.

와 진짜 한국 콘텐츠가 날이 가면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고 대중화되고 있다. 오늘도 퇴근 후에 저녁 먹으면서 넷플릭스나 볼까 하고 틀었다 캐나다 Top 10에 또 한국영화, 정이가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진짜 이슈가 될만한 한국 콘텐츠가 나왔다 하면 순위에 올라간다. 캐나다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나 뿌듯하다.

내가 재밌게 본 영화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국영화가 순위에 들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ㅎㅎㅎ

국뽕이 차오르는 기분은 일단 잠시 미뤄두고 방금 영화를 보았으니, 기분이 따끈따끈 할 때 리뷰를 써보려 한다. 나는 평론가도 못되고,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시청자로서 리뷰하는 거니 이 모든 내용은 다분히 개인적임을 알린다.

이거 무슨 장르 영화지

나는 SF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보여줬던 포스터도 그렇고 영화 설명도 그렇고, 정이는 완전 SF영화 일거라고 기대했다. 멋진 액션이 계속 등장하는. 거기다 미래 AI 로봇이 소재라 하니 윌스미스와 하얀 실리콘 얼굴 로봇이 나왔던 '아이로봇'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거 다른 유명한 영화, '아일랜드''A.I'처럼 SF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뭐가 진짜 인간이라 할 수 있나'같은 복잡 미묘한 철학을 가미한 영화인가 싶다가, 또 지나가니 '세상 모든 어머니는 강하다'하며 엄마와 딸 가족 신파를 찍는 건가 하다가 마지막엔 '혹시 시리즈 영화 할거 아니죠?'로 끝나는 게 아닌가.

이거 뭐 SF 액션만 할 거면 액션만 하던지, 철학을 다루고 싶으면 그것만 하던지, 가족 영화로 밀고 나가고 싶으면 그걸로 밀고 가던지 아님 엄청 잘 섞어서 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이도 저도 아니어서 시작할 때 정말 멋있었던 김현주 배우님의 액션이 빛바래버린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스토리와 연출이 문제인 거야

사실 딸 역할을 맡은 강수연 님이 나오시면서 살짝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영화 분위기에서 혼자만 살짝 동떨어진 것 같은 발성과(뒤에 가서는 크게 못 느끼긴 했지만) 설정된 상황은 엄청 감정적인데,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듯한 연기는 머리를 갸웃거리게 했다. '그래, 이건 뒤에 내 눈이 빠지도록 놀라거나 눈물을 쏙 빼게 만들려는 장치일 거야. 분명해'라고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클리셰에도 펑펑 잘 우는 내 눈은 촉촉해지지도 못했다. 마지막 대사 중에 '행운이 함께하길'이라고 했던가? 연기고 뭐고 다 떠나서 '이 대사는 아무도 못 살릴 것 같은데.. 영어자막 달 대사를 먼저 정하고 한국어로 번역한 건가?'싶었다. 차라리 더 뻔하게 강수연 님이 나지막하게 '엄마 잘 지내'라고 했으면 신파에 자동 반응하는 내 한국인 심장이 벌렁거렸을 텐데 말이다.

류경수 님의 연기는 캐릭터를 잘 살리셔서 짜증 났다. 사실 이 캐릭터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영화의 주제가 인간성에 대한게 아닐까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캐릭터도 잘 살렸겠다, 잔인한 인간이 또 만들어낸 잔인한 인간 뭐 이런 소재도 있었는데 아깝게 쓰지도 않고, 어설프게 성인 로봇이나 돈 없으면 C급 로봇 이야기를 급하게 끼워넣기만 하고. 난 김현주 배우도 좋은데.. ㅠㅠ 액션으로 고생만 시키고 왜 이렇게 단순한 인물로 만들어냈는지.

이야기 흐름도 구멍이 많았다. AI 로봇 개발은 그렇다 치자, 윤정이가 마지막 전투에서 지고 40년 동안 전쟁이 이뤄졌다 했으니, 윤정이의 뇌가 죽기 전 동의를 받아서 그동안 연구를 했다는 건데.. 그 긴 시간 동안 같은 시나리오에서 성공하지 못했으면 혼자 싸우게 하지 말고 여럿이서 싸우게 하던지(솔직히 윤정이 전투 능력 갖춘 로봇들로만 군대 만드는 게 전쟁에서 더 빨리 이기는 길이었을 것 같은데), 또 이미 감정 없이 잘만 싸우는 전투로봇이 있는데 충성심이 왜 필요하고, 고통을 느끼는 뇌는 왜 필요하며, 젊을 때 뇌(회장님의 뇌를 사용한 방법을 보면..?)로도 로봇을 만들 수 있는데 승승장구할 때도 아니고 굳이 마지막 전투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영화 설정대로라면 40년 전 전투인데??). 그리고 뇌를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암은 못 고치는구나..(암은 무서워..)

다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분명한데 엉성한 이야기로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넷플릭스는 역시

그래도 CG나 이런 건 좋았다. 퀄리티도 나름 좋아 보였고. 대신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디스토피아 느낌이 뭐 다 비슷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배경음악도 그렇고, 요즘 게임들 보면 세계관을 CG로 멋지게 영화처럼 만들어서 보여주지 않나, 그거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게임 시작하기 전 '오, 멋진데'하고 좀 보다가 스킵을 눌러버리는.

정이.. 넷플릭스에 개봉하자마자 세계에서 순위가 높다고 막 그러는데, 국뽕이 차올라도.. 역시 넷플릭스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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