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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살기

캘거리의 치솟는 주거비용과 어려운 취업시장, 이거 괜찮은 걸까?

by _해봄 2023. 5. 2.

미쳐버린 캘거리 렌트비

재작년부터 'Alberta is calling'이라는 광고를 토론토와 밴쿠버 지역에 돌리면서, 캘거리는 그 여느 때보다 핫 했다. 저렴한 세금과 집값, 여유로운 삶을 내세우며 '알버타가 최고다! 이곳으로 와라'를 주구장창 했더랬다. 그래서인지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캐나다의 도시 중 캘거리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넓은 집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토론토나 밴쿠버지역의 사람들도 앞다투어 이곳으로 왔다.

얼마 전 들었던 라디오에선 2026년도까지 캘거리에 약 11만 명 정도 추가 인구유입이 예상된다고 하며, 캘거리가 그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인지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염려가 나올 만도 한 것이 캘거리의 주택임대 시장은 이미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작년에 지금 사는 아파트를 재계약하면서 렌트비가 11%가 올라 부담스러웠는데, 그건 양반이었다. 내 코워커는 갑자기 한달에 600불(약 59만 원 정도)을 올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고, 약 4년 전엔 평균 500-600불이던 룸렌트마저도 지금은 1000불 가까이 줘도 매물이 많지가 않다.  

약 1년 동안 캘거리의 렌트비는 평균 24%로 정도 올랐고, 이건 캐나다 전체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이라고 한다. 특히 알버타는 렌트 컨트롤 법을 없애, 렌트비를 올리는데 상한선이 없다. 이게 렌트비가 오른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집주인이나 오피스에서 갑자기 한 달에 60만 원을 더 달라고 해도, 100만 원을 더 달라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더 온다면, 캘거리 임대주택시장은 더 과열될 게 뻔하다. 이미 인구대비 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다, 높아진 금리와 예전보다 받기 어려워진 모지기론 때문에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보다 임대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필연적으로 렌트비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3년 전부터 캘거리 다운타운에 있는 빈 사무실들을 아파트로 만들겠다, 캘거리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5개 더 만들겠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 부랴부랴 실행한다는데.. 이미 늦은 건 아닌가 싶다.

사실 알버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알버타에 사는 이유로 꼽는 것이 저렴한 주거비이기 때문에(개인적으로 알버타 정부가 항상 저렴한 5% 세금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캘거리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저렴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 이상 무엇을 보고 알버타에 남아있어야 하나?를 생각하게 한다. 

 

취직할 곳이 씨가 말랐다

나는 작년 후반기부터 엄청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기회가 있다면 이직을 하려고 취업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링크드인이나 인디드를 들여다 봤다. 나의 경우 이직이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여러 조건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좀 더 나은 부분이 있을 것(연봉이나, 연차 일수, 복지 등)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많은 곳에 이력서를 내볼 수 없었는데 (사실 많이 나와있지도 않았다..), 요즘은 그냥 아예 잡 포스팅이 씨가 말랐다. 

얼마 전 지인의 지인의 말로는 캘거리에 위치한 아주 큰 에너지 회사도 리세션이 올 것을 염려해 장장 8년 만에 레이오프를 강행하고, 당분간 새로운 직원들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매일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 실제로도 괜찮아 보이는 회사들의 괜찮은 포지션은 캘거리 잡시장에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좋은 자리는 추천으로 뽑는 경우도 아주 아주 엄청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학연 지연이 한국 보다 더 강한 것 같은 이곳..)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여전히 알버타엔 일할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렇게 나와있는 구인공고가 별로 없어도, 현재 캐나다 내에서 캘거리의 실업률이 제일 높은데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캘거리는 중소비지니스가 상당히 많다. 이곳에선 사람들을 못 구해서 난리란다. 왜 이렇게 실업률이 높은데도 사람들을 구할 수 없는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된다. 왜 사람들이 그곳들로 일하러 가지 않는지, 왜 이 사람들은 뽑히지 않는지. 

 

일 년 뒤의 나는 알버타에 있을까 

내가 처음부터 알버타로 온 이유는 영주권을 따는 게 목표였고, 여기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좋고 나쁘다 할 입장이 못되긴 한다. 다른 곳보다 도시면서도 나름대로 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 감사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아직 영주권을 따진 못했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사는 거니까 이래 저래 생각을 안 하게 되기가 어렵다. 

최근엔 정말 심하게 일년 뒤에도 내가 이곳에 남아있을지 의문이 든다.

내가 일 하고 싶은 회사들도 별로 없고, 즐길 거리도 없고, 친구들과도 가끔 이야기하지만 여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다. (확실히 타 대도시보다 외부 사람들을 환영하는 문화가 적다. 심지어 동부에서 온 찐 캐나다인이 캘거리에서 3년 살면서 로컬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으니, 나 같은 조용한 외국인은 말 다했지.)

일단 지금 진행 중인 영주권이 무사히 마무리가 되면, 나는 알버타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정말 일년 뒤 내 삶은 어디에서 이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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