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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생활정보

캐나다 생활정보 11 - 캘거리 날씨 이야기

by _해봄 2022. 11. 7.

가끔 보면 친구들과 캘거리 이야기를 할 때 대화의 1/3이 (미친) 날씨 이야기다. 오래간만에 (미친) 스노 스톰이 온 기념으로 캘거리에 사는 뚜벅이로써 서러움과 짜증을 가득 담아 캘거리 날씨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캘거리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캘거리는 고도가 높은 곳이다. 나도 얼마 전에야 정확한 숫자를 알게 됐는데, 자그마치 1,045m나 된다. 북한산이 836m이니 캘거리는 산 위에 있는 격. 그래서 그런지 날씨 변덕이 심하다. 정말 심할 때는 하루에 4계절을 다 느낄 때도 있다.

캘거리는 겨울철에 시눅(Chinook)이라는 따뜻한 바람이 록키산맥을 타고 불어온다. 이때가 되면 하늘의 구름도 반으로 갈리고, 어제 영하 20도가 하루아침에 영상 10도가 되기도 한다. 캘거리의 긴 겨울에 시눅 바람은 생활의 쉼표가 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압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두통을 겪는다. 나도 두통을 겪는 사람들 중 하나. 시눅이 없더라도 고도가 높은 곳이라 이에 예민한 사람들은 캘거리에 살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신기하게도 한 도시 안에서도 날씨가 다른 경험도 자주 할 수 있다. 아마 이것도 지형적인 특성이 아닐까 하는데, 내가 있는 곳은 눈이 오지만 다른 아랫동네에 사는 친구는 눈을 보지 못할 때도 있고, 한쪽은 비가 오고 다른 쪽은 안 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해가 쨍쨍한데 비/눈이 오는 경험도 자주 하게 된다.

여름이 되어도 캘거리 날씨 변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맑은 날에 갑자기 헤일(우박)이 쏟아지는 곳이 캘거리. 눈과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우박의 크기가 다르지만 엄청 심한 곳은 자동차와 집이 망가지는 경우도 생긴다.

[ 2020년에 캘거리 발생했던 헤일 ]
NE지역에 집중되어 발생했고, 보험청구액이 캐나다 역사상 최대 금액이라는 뉴스를 들었었다.

 

Massive June 2020 hailstorm left lasting scars for Calgarians, study finds

Massive June 2020 hailstorm left lasting scars for Calgarians, study finds 'There's a sort of hyper-vigilance that we know is tied to trauma. People see storms coming and they're experiencing these sort of responses similar to someone who has been through

calgaryherald.com



캘거리의 소중한 여름

겨울이 긴 캘거리의 여름은 정말 소중하다. 거기다 여름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다. 일단 아주 건조한 곳이기 때문에 여름에 땀이 잘 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여름철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최근 여름 최고온도가 계속 올라간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32-33도 정도. 그 온도가 유지되는 것도 일주일도 안돼 끝나기 때문에 한국에 비하면 덥다고 명함도 내밀 수 없다. 그래서인지 캘거리엔 에어컨 없는 집이 많고, 30도 이상이 되면 엄청 더운 걸로 간주된다. 대신 햇볕이 엄청 강하기 때문에 눈 건강과 피부건강을 위해 선글라스와 선블록은 필수다.

이렇게 날이 좋은 여름이 좀 길면 좋으련만, 캘거리 여름은 2달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은 9월까지도 더운데 이곳은 재수(?)가 없으면 9월에도 눈을 볼 수 있고, 나는 아직 경험한 적이 없지만 8월에도 눈이 오는 그런 날이 있단다(물론 엄청 잠깐이겠지만). 여름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부리나케 밖으로 다닌다. 해도 10시-11시에 지기 때문에 더 많이 놀려고 한다.

캘거리의 봄과 가을은?

캘거리의 봄과 가을은 굉장히 짧은 편이다. 5월까지도 눈이 자주 오기 때문에 봄은 6월이 되어야 느낄 수 있고, 가을도 눈이 오면 끝이기 때문에 9월 중순에서 말에 눈이 오면 2주 정도 가을 날씨를 잠깐 느끼고 끝날 때도 있다.

한국도 요즘은 여름 아니면 겨울, 이렇게 2 계절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캘거리도 그런 느낌. 사실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그냥 겨울이 더 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겨어어어어어울 보 여르 가 겨어어어어어울'이렇게.

최근엔 온난화의 혜택 아닌 혜택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점점 느려져 가을이 한 달에서 한 달 반까지로 늘어난 것 같다. 또 매서운 추위, 1월에서 2월 사이에 오는 영하 30도에서 40도로 떨어지는 날짜도 줄어든 느낌도 든다. 그러니 몇 년 뒤엔 봄과 가을이 좀 더 길어지지 않을까.

겨울이 싫은 사람에게 캘거리는

확실히 캘거리는 겨울이 길다. 아무리 적게 잡으려 해도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이다. 얼마 전에도 친구와 알래스카나 핼리팩스 같은 곳에 비하면 캘거리는 덜 춥고 겨울도 짧다고 서로에게 위로 삼아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 않거나 눈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캘거리는 사실 쉬운 도시는 아닌 것 같다.

뚜벅이로 다니는 사람들은 추위를 이겨내며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하는 체력이 있어야 하고,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은 눈길 사고를 항상 조심해야 하며 또 차가 얼지 않도록 관리를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 (사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캘거리가 너무 싫을 것 같다. 캘거리에 오면 자연스레 알겠지만 자동차 앞유리에 금이나, 흠집이 없는 차는 잘 없다.)

겨울이 좋은 사람들, 가족과 정착할 사람들, 이미 이곳에 친구들이 좀 있는 사람들, 캘거리 산업에 맞는 커리어가 있는 사람들, 너무 시골에서는 못 살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캘거리가 매력적인 도시임은 분명하다. 솔직히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부류 중 한 사람이라 겨울이 오고 벌써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겨울도 싫고, 앞으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은 어쩌나'(나는 통근시간이 길다..)하면서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캘거리에 오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겨울의 캘거리를 꼭 방문해 보고 여기서 살지 말지를 결정하길 바란다.

아, 그래도 겨울에 눈 쌓인 밴프와 레이크는 정말 아름답다.

[ 캘거리 연중 기후 보는 사이트]

캘거리 연중 기후 그래프 캡쳐 이미지
11월 캘거리 평균 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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